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1> 교육부, 대교협 본래역할에 방해하지 마라
교육부위탁사업 '덩치 큰 속 빈 강정'…대학 고등교육정책 제안-의견수렴 뒷전
현장의견 담긴 소리 들을 수 있는 대교협은 교육부가 머리를 맞대야하는 기구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7월 30일 '졸업정원제'를 발표했다. 졸업정원제 시행 2년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출범하는데 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1980년 7월 30일자 동아일보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7월 30일 '졸업정원제'를 발표했다. 졸업정원제 시행 2년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출범하는데 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1980년 7월 30일자 동아일보  

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1> 교육부, 대교협 본래역할에 방해하지 마라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4년제 총장들의 협의체라는 성격을 들어 공공기관 지정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기준한 정보공개 해당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부위탁사업 국고지원으로 매년 국정감사장에 선다. 대학의 회비로 대교협 사무총장 급여를 지급하면서 교육부 눈에 벗어나 보일까 노심초사한다. 이 같은 대교협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은 대학존립 위기에 처한 한국 대학의 다급한 현실과 비견해보면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대교협 역할정립을 위해서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화급한 문제이면서도 난제로 지적된다. 이 지적은 1982년 출범 때부터 예측됐던 내용이다. 아래 쌍따옴표 글을 보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설립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있었던 반면,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속에서 옥상옥(屋上屋)’이라든가, ‘정부의 시녀기관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출생부터 타의적인 대교협

윗 인용 글은 대교협이 자체 발간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년사에 게재된 내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4년제 대학총장 협의체라는 대교협을 만든 건 대학이 아니라 전두환 신군부다. 의원입법을 거쳐 탄생했지만 필요를 느낀 당사자가 신군부이다보니 어떤 기능을 할 것이라고는 예측이 어렵지 않았다. 당시 출범할 대교협을 두고 타율적 자율기구이라는 표현이 횡행했다.

대교협 출범은 신군부 정권의 1980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을 골자로 하는 7·30 교육개혁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다. 이 조치는 1980531일 전두환 상임위원장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가 출범한 지 2개월만에 급하게 내놨다. 국민들이 돈 없으면 사교육(과외)을 못 받아 결국 명문대는 돈 있는 집 자식이나 간다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사교육 과외금지, 사교육 조장하는 본고사 폐지, 입학의 문을 넓혀 치열한 경쟁을 줄이려 졸업 정원제(졸정제)’를 썼다.

'졸업 정원제'가 대교협 출범 도화선  

사실 졸업 정원제는 철저히 신군부 정권의 필요에 의해 급조된 정책이다. 대외적으로는 재수생 폭증에 대한 정책이라고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와 이어지는 학생운동을 차단한다는데 실제 목적을 뒀다. 기존 입학정원 대비 30%를 더 선발한 후 학점으로 학년진급 여부를 심사해 30%를 졸업 전에 탈락시킨다는 의도다. 그렇게 되면 탈락하지 않으려고 공부를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학생 시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실제 신군부 정권이 노린 이 같은 졸업정원제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신군부가 30% 넘게 뽑아 퇴학처리한다는 판단만 했지 대학생 30%가 늘어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학생운동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한 뒤 대학가는 연일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하는 성균관대 학생과 대치한 전경들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한 뒤 대학가는 연일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하는 성균관대 학생과 대치한 전경들. 학생들의 신군부 퇴진시위는 신군부가 졸업정원제를 실시하게 만든 요인중의 하나다.   

당시 고3 수험생(81학번)들은 본고사 위주로 수험공부를 해오다가 시험 몇 개월을 앞두고 본고사는 폐지되고 예비고사(1981학년도까지)와 내신성적으로만 대입전형이 바뀌다보니 큰 혼란을 불렀다. 졸정제 실시 첫 해인 1981학년도(*정상적인 경우 1962년생 해당)에만 105000명 증원을 했다바뀐 복수지원이 가능해진 대입제도에 따라 실시된 1981~82학년도 대입 전기모집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을 포함한 전국 유명대학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이규호 문교부(, 교육부)장관은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김종빈 대학교육국장을 직위해제했다.

이 때, 문교부장관은 대학과의 조율, 또는 압박 등 지침을 포괄적으로, 일시에 전달될 수 있는 대학총장 동원 조직이 필요했다. 그러나 문교부가 직접 만들기에는 대학을 쥐락펴락 한다는 내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모인 주체들이 대학총장인데 이들을 문교부가 만든 조직에 집어넣어 길들이기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따라서 모양은 대학자율기구로, 실제 운영지휘는 문교부 지시를 받는 이중 성격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출범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에서 대학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무엇을 얻고자 했는 지가 대교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초대 회장에 박길진 원광대 총장, 사무총장엔 장인숙 전 문교부 차관이 맡았다.

대교협, '교육부 이중대'라는 정체성 질타 

출범 이후 대교협에 가장 많이 따라 붙는 수식어가 교육부 이중대’, ‘타율적 자율기구이다. 회원대학의 권익보호를 위해 구성된 4년제 대학총장 협의체인데도 대학권익보다 교육부 입장을 대신하면서 마치 교육부 산하기관처럼 행동할 때도 적지 않다. 법적으로는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사립학교법 및 시행령이 대교협의 행동반경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다가 교육부위탁사업 국고지원으로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 지정요구를 받고, 매년 국정감사 대상이 된다. 정부재정지원, 학생증원, 학과신설등이 교육부 권한내 있기 때문에 교육부 눈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명박 당선인은 2008년 1월 4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소속 대학총장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입시자율을 대학에 맡기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입시업무를 교육부에서 위탁해 대교협에서 맡게 됐다. 대교협의 본래기능을 무너뜨리는 사건이었음에도 대교협 위상이 달라졌다는 긍정적 뉴스로 보도됐다. 왼쪽부터 손병두 대교협 차기 회장,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명박 당선인, 이장무(당시 대교협 회장) 서울대 총장, 최현섭 강원대 총장.(U's Line 자료사진)
▲이명박 당선인은 2008년 1월 4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소속 대학총장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입시자율을 대학에 맡기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입시업무를 교육부에서 위탁해 대교협에서 맡게 됐다. 대교협의 본래기능을 무너뜨리는 사건이었음에도 대교협 위상이 달라졌다는 긍정적 뉴스로 보도됐다. 왼쪽부터 손병두 대교협 차기 회장,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명박 당선인, 이장무(당시 대교협 회장) 서울대 총장, 최현섭 강원대 총장.(U's Line 자료사진)

그러나 대교협 반발은 곧바로 회원대학들이 화()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교협과 교육부와의 이 같은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 대교협 회장과 사무총장을 선임하는 과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제6(임원) 2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8(사무총장) 2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회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협의회를 대표하는 회장, 협의회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모두 대교협이 자율적으로 선임할 수 없는 구조다. 교육부가 ’ok’해야만이 대학 자율적 협의체 장()으로 임명되는 모순이 42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무총장 선임절차는 공모방식이다. 대교협은 이사회를 개최해 사무총장 공개모집 지원자를 선발한다. 전형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후보자에 대한 서류와 면접심사, 최종후보 2인에 대해 비밀투표를 거쳐 사무총장을 선출하고 최종적으로는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사무총장으로 선임된다. 그러나 공모에는 교육부가 내정한 교육부출신자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교육부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앉히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와 대교협 모두 교육부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잘 아는 사무총장이어야 대교협과의 사이에서 조율과 관계형성 등 유대관계 원만해 질 수 있다는 중간역할론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대학사회에서 제기하는 내용은 다르다. “‘조율관계형성에 역할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교육부의 뜻을 대교협, 대학사회에 잘 전달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교협 사무총장으로는 국장급(2), 국립대 사무국장이나 교육청 부교육감 출신들이 주로 내려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장급에서 1명이라도 빠져주면 적체된 승진예정자들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승진적체 해소용으로도 활용한다는 또다른 고민을 털어놨다.

MB정부 교수출신 사무총장, 박근혜 정부 교육부출신 회귀 

그렇다고 늘상 사무총장을 교육부 출신자만이 맡았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들어 대교협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사무총장을 대학교수 출신으로 앉혔다,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낸 김영식 사무총장(2006.5~2008.6) 이후 박종렬 경북대 교수(2008.7~2010.4),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2010.04~2011.03), 황대준 성균관대 교수(2011.04~2013.04)를 끝으로 교수 사무총장시대는 막을 내리고 박근혜 정부 첫 대교협 사무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자율화추진관 출신 이원근 새누리당 교육전문위원을 사무총장(2013.4~2015.4)으로 선출했다.

이원근 사무총장을 뽑은 대교협 이사회 결정내용을 보고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낙하산 사무총장을 걷어 차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대교협이 알아서 기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3423일 대교협은 이사회를 열고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이에 앞서10일 마감된 대교협 사무총장 공개모집에 총 8명이 지원했다. 대교협은 사무총장지원자 전형위원회를 열고 8명의 후보 가운데 이원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교육수석전문위원과 이영호 서울기독대 교수를 최종후보 2인으로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날 대교협 이사회는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직접 비밀투표로 이원근 위원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이 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지속돼 온 '대학교수 출신 대교협 사무총장' 계보는 명맥이 끊어졌다. 훗날 이원근 사무총장을 연임하기로 대교협 이사회는 결정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자진사퇴하도록 만들기도 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학총장들로 구성된 대교협 이사회가 대학교수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뽑지 않고, 교육부 관료출신을 선택한 것은 어떤 연유일까? 당연한 추측은 교육부가 내정자를 내려보냈을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대교협 이사회가 교수출신 사무총장 시절 대교협과 교육부 관계나 업무진행에서 문제가 있었냐고 따져 묻고 교수 사무총장 체제를 줄곧 유지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딪혀보지도 않고 교육부 앞에만 서면 작아만지는 대교협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국회에서 열린 2020년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김인철(왼쪽) 대교협 회장과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학총장 협의체가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정부위탁사업으로 덩치만 커진 대교협이 자기기능에서 벗어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2020년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김인철(왼쪽) 대교협 회장과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학총장 협의체가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정부위탁사업으로 덩치만 커진 대교협이 자기기능에서 벗어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교협 사무총장 청와대 개입설…국립대총장 잦은 임명거부 박근혜 정부의 '오지랖'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교협 사무총장 인선에 청와대가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그 해 5월 대교협 이사회에는 공석인 사무총장 인선문제가 언급됐다. 대교협은 3월 이원근 전 사무총장을 연임하기로 결정했지만 승인권한을 가진 교육부가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영산대 총장 부구욱 대교협 회장은 사무총장 선임과 관련 "모든 사항을 보류하고, 교육부 및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대교협 이사회에서는 이원근 사무총장을 연임하려 했지만 교육부 미승인으로 자진사퇴를 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유난히도 국립대총장 임명거부가 잦았다. 대교협 사무총장도 교육부가 승인을 내지 않았다. 당시 회결과보고서.   
▲2015년 3월 대교협 이사회에서는 이원근 사무총장을 연임하려 했지만 교육부 미승인으로 자진사퇴를 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유난히도 국립대총장 임명거부가 잦았다. 대교협 사무총장도 교육부가 승인을 내지 않았다. 당시 회결과보고서.   

대교협은 대학의 학사와 재정, 시설 등에 관한 주요정책을 정부에 건의하고 대입 전형까지 수립하는 민간기구이다. 청와대와 협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대교협 회장이 나서서 스스로 관치를 받겠다고 조아린 상황으로 몰고 갔다. 부구욱 회장은 판사 출신이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안다. 사무총장 선임에 대교협이 지켜야 할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대교협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사무총장 자리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이후 대교협은 9월에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10월에 전찬환 씨를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안민석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대학총장들의 모임인 대교협의 사무총장 인사까지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것은 청와대가 대학의 자율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부구욱 회장은 "청와대와 관련사항을 협의해야하는 유관기관인 것으로 착각해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대교협 관계자 "교육부위탁사업, 덩치만 키운 속빈 강정같은 사업"

당시 박근혜 정부가 대교협이 교육부로부터 위탁 받아 수행하던 입시업무를 제3의 기관에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이에따라 교육부가 대교협 업무행정을 장악하기 위해 교육부 출신 사무총장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대교협 관계자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예산사업(교육부 위탁사업)에 따른 국고지원액이 크게 늘어난 상태인데, 국고지원액이 아니라 위탁사업에 필요한 인건비 등 실제경비를 받는 것이다.”라며 대교협의 자기기능을 하려면 교육부 위탁사업을 하루빨리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실제 2014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대교협 예산심사를 하면서 무려 3123억원이라는 정부예산을 집행하면서도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교협을 반드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정 의원은 예산통과를 위해 지난 2012년 말 대교협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신청했다가 후에 요청취소한 것을 두고 국회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대교협은 특별법에 의해 1982년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회원은 4년제 대학이다. 설립취지는 대학간 상호협력과 대학교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부에 건의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고하며 공공성 및 책무성을 강화해 대학교육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교협의 정부예산사업(교육부 위탁사업)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대교협의 설립목적이 주객이 전도된 상태라는 지적을 받는다. 200750억원 규모이던 국고회계가 20133123억원으로 60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20122600억원 규모의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을 맡으면서 더욱 교육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회원대학으로부터 교육부 ‘2중대라는 뼈아픈 소리까지 들었다.

서거석 회장 위탁사업 3100억 1200억 축소…홍원화 회장 "회장-사무총장 교육부승인사항 개선" 촉구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교협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교협법을 개정해 회장 등 임원의 취임 승인이 아니라 선임 보고로 대체하는 등 대교협의 자율성을 키우는 것이 시대상황, 대학현실 상황에서 필요하다. 대교협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시책이나 관리감독에 순응하는 기관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 창의적인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 건의하고 비판하는 자율협의체로서 발전돼는 것이 시급하다.

전북대 총장 서거석 대교협 회장(2013.4.8.~2014.4.7)은 취임하면서 대교협은 자율성과 책무성에 바탕한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며 위탁사업 축소와 대학사회의 건전한 목소리 대변하는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이후 대교협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후속사업인 대학특성화사업을 한국연구재단으로 이관하는 등 당시 국고회계를 3123억원에서 1286억원으로 대폭 축소시켰다.

경북대 총장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제22대 신임 회장()선출계획에 대해서 제안했다. 홍 회장은 총장임기와 대교협 임원의 임기사이에서 오는 간극을 줄이고, 대교협 회장이 될 때 교육부 승인을 받고, 대교협 사무총장도 교육부장관 승인을 받는 부분을 개선해 대학이 판단하는 실질적인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는 본래의 역할과 기능에 힘써야한다고 제기했다.

최근 대학총장들 사이에는 교육부 과장 밑에 대학총장이 있다는 자괴감 섞인 말들이 돈다. 학과개설, 정원조정 등 민감한 고등교육정책 수립과 정부재정지원을 교육부가 쥐락펴락 하다보니 정책 실무책임자인 교육부 과장의 말 한마디에 대학정책이 좌지우지되고, 과장이 총장을 너무 쉽게 오라가라 하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표현 말이다.

한국 사회의 대학들은 한마디로 풍전등화상태다. 앞으로 14~5년후엔 현재 존립하는 대학 중 절반이 사라질 위기다. 대학들의 의견을 모아 비현실적인 교육부 정책에 수정안을 제시하고, 심지어는 대학입장에서 정책을 내놓아 채택되도록 해야 하는 절체절명한 상황이다. 교육부 위탁사업으로 쓸데없이 덩치를 키워 공공기관 압박이나 받을 때가 아니다. 이 같은 기능을 하려면 회장, 사무총장 선임에 교육부가 외압을 가할 때가 아니다. 국립대학 사무국장도 교육부 관료가 임용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4년제 대학총장들의 협의체에 회장과 사무총장 선임에 교육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구태가 아직도 꿈틀거린다.

'글로컬대학 30'사업 시행전 대학총장 의견청취 얼마나 했나

교육부는 실질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려면 대교협을 현재 상태로 둬서는 결코 안 된다. 교육부가 총장들의 의견을 귀중하게 듣는 것은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듣는 지름길이다. 또한 대학사회 전문가가 사무총장을 맡아 대학위기를 극복하는데 절실한 대교협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대학들의 의견을 현재 대학위기를 극복하는데 매우 의미있는 가치가 들어있다는 것을 간과하면서 글로컬대학 30’사업을 100, 1000번을 한다해도 한국의 대학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글로컬대학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사업 시행전에 대교협 회원대학인인 각 대학에게 설명회 한 번 하지 않았다. 대교협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교육부의 독선적 행정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글로컬대학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사업 시행전에 대교협 회원대학인인 각 대학에게 설명회 한 번 하지 않았다. 대교협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교육부의 독선적 행정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장관을 두 번째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2010. 8. 31~2013. 3. 11) 재임시에 실시했다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업을 2022년 취임해 다시 시도하고 있다. 또한, ‘글로컬대학같은 큰 사업을 시행하기 이전에 대학총장들의 의견을 얼마나 청취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글로컬대학사업은 위기에 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학에 급한 위기가 있지 않고 태평성대 호시절에나 해야 맞는 사업이다. 백척간두 위기의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글로컬대학사업에 올인하게 만들어 놓고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면 얼마남지 않은 골든타임은 허무하게 보내고만다.

국정감사 받는 대학총장 협의체 '대교협'…"산으로 간 어부짓하다..."     

이렇듯 대학의 현장소리 청취가 교육부에게는 어느 때보다 귀한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교협을 자기기능을 하도록 돌려놔야 한다. 우선, 대교협 회장, 사무총장 선임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관련 법, 정관 등을 개정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에 군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군림하면서 대학총장들의 이야기를 귀하게 여기기는 쉽지 않다. 대학위기가 이렇게 목에 찰 때까지 교육부는 무엇을 했나 돌아봐야 한다. 어찌보면 대학에 발이 손이 되도록 빌어도 시원찮다. 정책제안, 건의 등 자기기능을 하는 대교협이 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

오는 8월이면 현, 대교협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 말들 많다.  지난 3월 7일 신임 대교협 회장으로 박상규 중앙대 총장이 취임했다. 본래 자기역할을 하는 대교협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회장의 여러 계획과 목표 중 제일 급선무가 되길 바란다. 현재 대교협 정체성으로는 박 신임 회장이 계획하는 목표들도 이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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