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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노조, "이대로가면 강사법 실패...대학 무책임과 정부 무능"

기사승인 2020.01.05  19: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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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Line 유스라인 오소혜 기자]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2020년을 맞아 1월 6일(월)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개정강사법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아래 기자회견 전문>  

개정강사법이 시행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개정강사법에 의해 공채된 강사들이 첫 번째 겨울 방학을 맞이했다. 그러나 3한4온의 겨울 날씨처럼, 강사의 지위와 처우는 여전히 춥지 않으면 숨 막힐 뿐이다. 수익 추구에 혈안이 된 대학과 고등교육 공공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정부가, 강사들을 다시 춥고 숨 막히는 겨울 거리로 내몰고 있다. 무책임한 대학과 무능한 정부 아래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파괴되고 대학과 정부 스스로도 붕괴하는 길로 가는 것을 말없이 지켜볼 수 없어서, 우리는 다시 거리에 섰다.

실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지르고 박근혜 정부가 개악해온 “시간강사법”을 반대해 온 우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촛불 정국을 수습하며 강사제도 개선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선의를 믿고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 참여하였다. 국회와 정부, 대학과 강사가 모두 참여하여 만들어낸 “개정강사법”에는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강사의 지위 안정과 처우 개선의 방향에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기에, 하나의 진전이라고 생각하였다.

법 밖에서 자의적으로 활용되던 강사에게 교원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사회보험 가입 대상에서 누락되어 있던 강사에게 사회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하며,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방학마다 보릿고개를 겪는 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을 정당히 보상하고, 한 학기 단위의 불안정 고용에 시달리던 강사들에게 1년 단위의 계약과 최소 3년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개정강사법을 통해 조금은 삶이 나아지리라고, 많은 강사들이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개정강사법 한 학기 만에 강사들은 다시 절망으로 돌아섰다. 보장은 희미해지고 해고는 분명해졌다. 신분 보장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핑계로 대학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만 1만 명에 이르는 강사 일자리가 사라졌다.

괴이하지도 않다.

정부는 고등교육 공공성을 담보로 대학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한다. 국공립은 물론이고 사립대학도 상당한 정부재정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들은 자기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거리낌 없이 수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왔다.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어설픈 변명은 재벌기업의 행태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많은 대학들이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교육과정 개편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강좌를 구조조정하고 있다. 정작 인공지능이 뭔지도 모르고 4차산업혁명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어서, 미래 세대를 어떻게 교육할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강사수 축소만을 목표로 교육과정 개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부경대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을 핑계로 이미 계약한 강사들의 강좌조차 회수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재정지원 중단이라는 채찍으로 총장직선제를 뺏어간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대학들이 총장임명제로 돌아섰다. 국립 부산대는 대학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고현철 교수의 희생으로 총장직선제를 지켜낸 역사가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대의 전임교수들이 강사들의 참정권을 방해하고 나서는 반민주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철면피들의 폭거에 오히려 우리가 부끄럽다.

강사보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겸초빙 교원에 대해서는 개정강사법에서 사용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대와 고려대 등 많은 대학들이 강사들의 고용 안정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제한된 사용사유를 위반하고 겸초빙 교원을 활용하고 있다. 법령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을 미처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벌이 없으면 당당히 법령을 위반하는 그 뻔뻔스러움은 대학이 과연 교육 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바꾸어야 하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여름 대학 총장단에게 강사고용안정 노력을 부탁한 바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강사법 정착을 위한 노력을 여러 번 약속하였다. 그러나 고용은 여전히 불안하고 강사법은 다양한 꼼수들에 휩쓸리고 있다. 부탁과 약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고 강사고용안정에 필요한 예산을 축소하고 두 달의 방학 중 임금 지급 기간을 2주로 축소하였다. 자유한국당이 예산심의에 불참한 가운데 통과된 문재인 정부의 강사고용 안정 예산 최대치가 고작 현재의 규모이다.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비정규연구자지원사업도 당초의 계획보다 상당히 후퇴하였다.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당연히 적용해야 할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의 예외로 두었다.

정부는 고등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전망을 제시하고, 강사법 정착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 OECD 평균 수준의 전임교원 확보율 실현, 공영형 사립대학 도입 등을 통해 고등교육 공공성 실현 기반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선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강사고용안정지표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고등교육 공공성을 이해 못하는 정부 부처를 통제해야 할 것이다.

개정강사법에 의한 대학의 추가 비용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주겠다고 나선 것은, 대학에서 벌어지는 이익 추구과 기득권 수호의 행태들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정부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부 지원만큼만 강사에게 흘려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강사에게 열악한 처우를 제공하며 최대 이익을 얻어온 대학이, 강사제도 개선을 위해 스스로 재정을 확보하려는 일말의 노력의 꼬투리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또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강사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학의 무책임과 정부의 무능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결과를 빚는다. 앞으로 하나 둘 세상을 뜨거나 대학을 떠나는 사이, 고등교육은 붕괴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대학도 망하고 정부도 실패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절망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친다. 대학과 정부의 깊은 반성과 변화된 행동을 촉구한다.

1. 강사 고용안정 위해 정부 재정 확대하라.
1. 고등교육 공공성 무시하는 정부 부처 통제하라.
1. 기타 교원 불법 사용, 법령 위반 대학 처벌하라.
1. 강사 해고 강좌 축소, 수업권 침탈 대학 제재하라.
1. 비정규교수 학술연구지원사업 확충하라.
1. 방학중 임금 지급 기준 정상화하라.
1. 직장건강보험 적용 기준 마련하라.
1. 경력단절 강사 지원 대책 확대하라.
1. 정년계열 전임교원 채용 확대하라.

2020년 1월 6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오소혜 기자 sohye@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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