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배…"노동권리를 헌법상 원리로 실질화"

▲ 대법은 "시간강사 전업·비전업, 강사료 차등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배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한편, 대학이 예산이유로 비전업 강사를 해고하거나 전업강사료를 내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대학이 전업과 비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차등해 지급하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돼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안동대 음악과 시간강사인 한 모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시간강사료반환처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시간제 노동자인 시간강사에 대해 노동의 대가로서 기본급 성격의 임금인 강사료를 노동의 내용과 무관한 사정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학 예산 사정으로 강사료 단가에 차등을 뒀더라도 사용자 측의 재정상황은 시간강사의 노동 내용과 무관한 것으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등을 두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한 이상 차별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학 측 주장에도 "국립대학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 노동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안동대는 2014년 2월 한씨와 전업일 경우 시간당 8만원, 비전업일 경우 시간당 3만으로 매월 8시간씩 강의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한씨를 전업 강사로 인정해 월급여로 64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이 그해 4월 한씨가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별도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통보하자, 한씨가 비전업 시간강사에 해당한다고 봐 추가로 지급된 급여 40만원을 반환하라고 한씨에게 통보했다.

이에 한씨가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대우"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대학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강사료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별해 차등을 두되 전업강사의 강사료를 대폭 인상한 것이기 때문에 차별적 처우가 아니다"면서 학교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반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노동계는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의 원칙'을 헌법상 원리로 실질화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전업·비전업 강사의 강사료에 차이를 두는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전업·비전업으로 구분해 임금 차별을 하지 말라는 판결이다. 국·공립뿐 아니라 사립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전업 강사들이 체불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용우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전 위원장은 “앞으로 대학강사들의 강의료 수준 결정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전업 강사를 양산하지 못 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판결은 의미 있지만, 대학이 예산을 이유로 비전업 강사를 해고하거나 전업강사료를 내릴 수 있다. 판결의 의미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예산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전업이나 비전업이나 강사준비 등 강사생활에 소요되는 모든 노력이 동일한데도 그동안 차등을 나타냈던 것은 대학측의 꼼수였다”며 “그동안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나 관련 규정을 보면 한국 대학 결정권자들이 학문후속세대에 얼마나 무관심했던지를 그대로 알게 한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대학·전문대학·대학원의 전업 시간강사는 3만7700여명, 비전업 강사는 3만52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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