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에서의 ‘대학구조개혁’은 정원감축을 향해서만 달리는 열차처럼 보인다. 정원감축은 입학정원 보다 대학을 진학하려는 정원의 수가 훨씬 적어 상당수 대학이 폐교 지경에 몰려 서둘러 대학 정원감축을 시행해야 한다는 교육부 방법론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라 시시비비를 가를 여유마저도 없다는 교육부의 채근에 한국 대학사회는 어디론가 덩달아 달리고 있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말이다.

지난 6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2018년 상반기에 시행하겠다는 2017년 업무보고를 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역시 정원감축이 중심축으로 움직이는 현실위주의 대응론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은 지원을 크게 늘리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수도권 대학 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는 ‘지방대학 죽이기’ 밖에 되질 않는다는 지방대학들의 볼멘 목소리 또한 해소하지 못하는 지역 불균형적인 대학육성책이다. 외국 선진 대학들이 글로벌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학제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우리의 대학구조개혁 이정표는 더욱 암울하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9월 2박3일간 팰로앨토, 쿠퍼티노 등 미국 실리콘밸리를 샅샅이 훑었다. 성 총장의 목적은 한국의 차기 리더십과 서울대의 미래 혁신 방향 탐색이었다. 성 총장은 "국가를 위한 시대, 관료를 위한 시대가 끝난 마당에 앞으로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 대학이, 특히 한국 대표 대학인 서울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나 자신도 회의적"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공에 얽매인 전통적인 대학교육에서 벗어나 학제 간 경계를 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기차다.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대학은 '전공'을 더욱 세분화하고 정부지원에만 의존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만들어 놓은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에 그럴 듯하게 맞춰 정원감축을 안 당하는 게 대학의 최고 당면과제가 돼 있다.

대학구조개혁은 핵심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동력(動力)을 만들어 내는데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이 아니다. 정원감축이 주축이 되는 대학구조개혁으로는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정원감축과 더불어 각 대학의 미래 정책유도, 학제의 파격적인 변화, 커리큘럼의 다양성 등 대학에게 요구하고, 지원해야 할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의 사업기본계획 발표가 오는 3월에 있을 예정이다. 3월에 사업 기본계획을발표하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도출해낼 것이고, 도출해 낸 값이 한국대학의 미래지향성을 얼마나 견인해낼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또한 정원감축도 서열적인 강제 보다 대학의 미래지향성, 대학 본연의 학문적 연구 등 사회 니즈에 다다르지 못하는 대학은 자연도태가 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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