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11월 24일 대전 한밭대에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평가 방안을 공개했다. 요지는 △큰 틀에서 1주기 평가의 기준 및 절차를 준용하되 △상위 50%는 ‘자율 개선 대학’으로 선정해 정원감축 없이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하위 50% 대학은 3등급(X,Y,Z등급)으로 구분해 등급별로 차등적인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전체 대학 중 절반만 살리고, 나머지 절반은 대폭적인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으로 퇴출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2주기 평가방안은 교육부 연구용역을 수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김규원 교수 팀)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 개선 방안’으로 교육부가 확정한 최종안은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11월말 최종보고서를 받아 이를 토대로 내년 1월쯤 정부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를 열고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주기 평가 시에도 당초 연구팀이 제시한 평가안보다 후퇴를 했으면 했지 나아지는 바가 없었던 만큼 이번에 공개된 평가방안은 교육부의 2주기 평가계획을 전망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지방대 경쟁력 제고’한다며 ‘지방 공동화’ 주장하는 셈

2주기 평가방안은 전체 대학을 5등급으로 구분했던 1주기 평가와 비교해보면, A등급뿐만 아니라 B등급까지 정원감축을 하지 않는 대신, 주된 구조조정 대상을 D․E등급(하위 20% 내외)에서 C~E등급(하위 50% 내외)으로 확대하고 정원감축률을 1.5~2배(최대 30%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1주기 대학평가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대학은 34교 중 74%에 달하는 25교가 A․B등급을 받았다. 반면 C~E등급은 3곳 중 2곳(68%)이 지방대학이었다(4년제 대학 기준). 교육부가 발표한 2주기 대학평가 방안이 결국 ‘지방대학을 두 번 죽이는’ 방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정원감축 결과를 보더라도, 2016년 현재 대학 및 전문대학1 입학정원(50만 3,481명)은 2013년보다 4만 2,391명(7.8%) 줄었는데, 이 중 77.9%(3만 3,016명)가 지방대학 감축인원이다. 지방대학 정원감축률(9.6%)이 수도권 대학(4.6%)보다 2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지역 대학 입학정원은 같은 기간 77명 늘었다. 2014년 본․분교 통합으로 캠퍼스(경기) 입학정원까지 서울 본교로 통합 산출하기 시작한 한국외국어대를 제외하더라도 서울지역 대학 정원감축률은 1.9%(1,624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지방대/전문대에 집중되었던 정원감소가 다소 완화됐다며 ‘지방대/전문대 보호’를 성과로 내세운 1주기 결과가 이 정도인데, ‘지방대/전문대 경쟁력 제고’를 과제로 내걸고 1주기보다 더 큰 폭의 정원감축을 추진하겠다는 2주기 결과는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

교육부가 2․3주기 대학 구조개혁에서 감축하겠다는 12만 명은 2016년 전체 대학 및 전문대학 입학정원의 약 24%에 달하는 규모다. 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비수도권(광역시 제외)에 위치한 중소규모 대학 138교2가 모두 문을 닫아야 줄일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결국 지역 거점대학만 육성하고, 나머지는 문을 닫아도 상관없다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권역별 입학정원 비중에 대한 하한선 설정을 검토하겠다고는 했지만, 자칫하면 ‘지방대 경쟁력 제고’하겠다며 ‘지방 공동화’를 주장하는 셈이 될 수 있다.

물론 교육부가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한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개선방안 연구’에는 ‘자율 개선 대학’을 ‘권역 구분 없이’ 선정하는 방식(1안) 외에도 수도권/비수도권을 구분하여 각각 선정(2안)하거나, 권역별로 일정 비율 선정 후 권역 구분 없이 남은 비율을 선정(3안)하는 방안 또한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1주기 평가에서도 일부 지표에만 지역구분이 반영되었을 뿐 전체 평가는 지역구분 없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만 구분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2안, 3안은 ‘들러리’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2주기 평가방안이 1주기에 비해 정원감축 대상 대학 범위를 좁히는 대신 강도를 높이면서, 퇴출대학 선별을 강조하고 나선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학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평가에서 역차별 논란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지역구분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법인 책무 등 대학 건실성 강조하면서 해당 지표는 퇴출대학 선별에만 사용

평가지표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구체적인 평가지표와 배점은 정부안이 확정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이번에 공개한 평가지표만 보면 1주기 지표와 대동소이 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단계 평가에 ‘지역사회 협력․기여(지역산업 연계, 지역발전 기여)’와 ‘대학 운영의 건전성(구성원 소통, 재정․회계, 법인 책무 등)’ 항목이 추가되고, 1주기 평가 시 2단계 지표였던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과 ‘특성화’ 등 정성지표를 1단계 평가지표로 변경한 정도다. 이 외에 ‘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심리 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 등 ‘학생지원’ 항목 평가 시 ‘대학 규모’를 고려사항으로 추가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2주기 평가도 1주기와 마찬가지로 1단계 평가에서 주된 구조조정 대상 대학이 선정된다. 하지만 지역 기여도나 대학 구성원의 참여와 합의를 통한 민주적 소통, 재정․회계, 법인 책무성(법정부담금 부담률, 법인전입금 비율) 등 대학 운영의 건전성 관련 지표는 2단계 평가지표로 추가됐을 뿐이다. 즉, ‘자율 개선 대학’ 선정에는 반영되지 않고, 하위 50% 가운데 퇴출 대학을 선별하는 지표로만 사용되는 셈이다.

또한 1주기에 비해 ‘정성평가 강화’를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정성평가 지표를 얼마나 많이 확대하는가가 아니라, 공정하고 내실있는 평가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안에서 제시된 방안이라고는 ‘지표별 평가팀’을 구성해 평가 위원별로 동일 평가항목의 2~3개 지표만 평가하여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1개 대학의 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위원 수 증가로 공정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장밋빛 설계뿐이다. 제대로 된 정성평가를 하려면 그만한 인력과 재정,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데, 300여개가 넘는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 이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다는 건지 구체적인 안은 제시된 바가 없다. 교육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평가의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평가와 재정지원 무기로 제2의 프라임, 평단 사태 만들 우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구조개혁 평가와 재정사업을 연계해 대학을 크게 △글로벌 경쟁 대학 △고등 직업교육 중심대학 △중견/강소 대학 △한계대학으로 구분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맥락을 보면, ‘자율 개선 대학’으로 선정되는 일반대학은 ‘글로벌 경쟁 대학’, 전문대학은 ‘고등 직업교육 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하위 50% 대학 중 상위그룹은 ‘특성화’를 명분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중견/강소대학’으로, 최하위 그룹은 ‘한계대학’으로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부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자율 개선 대학’을 ‘인적/물적 자원을 대학원에 집중’하는 ‘글로벌 경쟁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견/강소대학’ 또한 ‘수요 맞춤형 교육을 통한 대학 교육의 미스매칭 완화’가 특히 강조된 평가방안을 감안하면 제2의 프라임사업이 되기 십상이다. 해외캠퍼스로 국내정원을 이동하거나 성인학습자 등으로 전환하면 정원감축 실적으로 인정한다거나, ‘한계대학’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지원을 전면 제한하고, 통․폐합, 기능전환 등의 방식으로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 역시 설립자 재산 보전을 위한 방편이 될 뿐이다. 대학구성원들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정원감축 피해 대책 수립하는 것

박근혜정부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탄핵받았다. 더구나 최근 이화여대 사태를 둘러싸고 재정지원사업 특혜 시비까지 불거진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을 무기로 제2의 프라임, 평단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정원감소의 결과로 대학이 겪게 될 피해를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교육부가 2023년까지 감축하려는 12만명의 정원은 우리나라 전체 대학 정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수많은 학생들은 학문의 터전을 잃고, 교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책 없이 평가를 통해 더욱 강도 높은 정원감축과 퇴출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이 이미 어려움에 처한 충원율 미달 대학 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퇴출시키는 것이라면 굳이 교육부가 행․재정적 노력을 들여 선제적 구조개혁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 ‘시장원리’에 맡겨두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은 사립대학 과잉 체제, 부정・비리, 지역간・대학간 불균형, 열악한 교육여건 등 우리나라 대학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는 방향에서 추진될 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대학구성원들의 피해는 아랑곳없이,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구조개혁을 추진하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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