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 재단법인 이건식품문화재단이 지난 24일 평창군 대관령면에 방문해 장학금 3800만원을 전달하는 '이건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하고 사랑의 라면 50박스, 기념품 등을 어려운 이웃에 전달했다.

장학재단의 의미, 대학과 기업의 ‘동상이몽’

[U's Line 왕진화 기자] 장학재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 시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바르게 약속을 이행하는 공익재단도 있는 한편, 비리 선상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시선을 갖게 만든다. 여러 가지 말말말과 사건들을 돌아보며 장학재단이 나가야 할 방향을 되짚어봤다.
 

▲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안 이사장의 발언으로 보는 장학재단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이 구설수에 올랐던 일은 유명하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학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무이자 대출을 거론하며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까지도 이 발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회자되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장학재단 이사장은 청년을 포함한 일반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사회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는 지난 7월 4일 재단 운영 방향을 밝히던 도중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국가에서 장학금 대출을 해주니, 부자 부모를 둔 학생들도 대출을 받아서 다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부적절한 표현임은 맞지만 지엽적인 말실수일 수도 있다. 그보다는 전체 발언의 골자를 봐야 한다. 안 이사장은 무상지원 방식 국가장학금을 줄이는 대신 상환 방식의 학자금대출을 늘려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뒤집어 개인(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대학생 상환 부담이 커져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며,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 심지어 장학재단은 올해 초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달성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50% 경감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때문에 안 이사장이 정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선임연구원은 “단체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발언과 개인의 가치관은 구분돼야 하는데, 이처럼 정책 방향이나 역할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을 운영·관리하는 단체다. 이사장은 스스로 장학 재원을 줄이거나 늘리는 데 관여하는 위치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월권에 가까운 발언이다.

기본적으로 장학재단은 대학생을 위한 장학 재원 확보에 힘쓰는 곳이다. 그런데 단체장이 취임하자마자 도리어 장학금을 줄이고 대학생들이 상환 부담을 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장학재단 비리‧사업비 감소…학생들은 무슨 죄

롯데 그룹 전체가 검찰 수사와 유통사업 실적 부진 탓에 사상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오너 일가에게 상반기에만 20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상반기에 13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해에도 호텔롯데(22억6천800만원)와 롯데쇼핑(5억원)으로부터 모두 27억6천8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바 있다.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건설·롯데쇼핑·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 등으로부터 보유 지분에 대한 13억원200만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이 2014년보다 28%나 급감하고 올해 상반기도 20%나 줄어든 사실상 경영 위기이고, 호텔롯데도 지난해 11월 잠실 롯데면세점을 뺏기고 주식상장도 무산된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런 실정인데도 고령과 비리 의혹 등으로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너 일가에 1년에 수십억원씩 보수를 지급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공익사업비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롯데장학재단으로, 2014년 145억원에서 52억원으로 93억원(64.3%)이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2014년 롯데장학재단이 롯데복지재단에 출연했던 기부금 100억원을 지난해에는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롯데장학재단은 롯데복지재단에 80억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이전했는데, 이는 공익사업비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재단 모두 롯데 일가인 신영자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감소액 2위는 산업과학기술 진흥 목적으로 포스코(005490)(223,500원 2,000 +0.90%)가 100% 출연해 설립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 2014년 336억원에서 지난해는 246억원으로 90억원(26.9%)이나 줄었다.

SK의 행복나눔재단이 150억원에서 92억원으로 58억원(38.6%) 줄이며 3위에 올랐고, 이어 삼성복지재단(57억원), 아산사회복지재단(23억원) 등도 10억원 이상 공익사업비를 삭감했다. 이어 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 미래에셋박현주재단, KT&G복지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두산연강재단 등도 공익사업비를 최대 8억원 줄였다.

다른 기업들의 노력도…‘후학 양성 돕는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들은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곧 기업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보고 장학재단 등을 설립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배려가 있는 자본주의’ 실천을 위해 미래에셋 설립 다음해인 1998년 미래에셋육영재단을 만들었고 2000년에는 75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2010년부터 배당금 전액을 이 땅의 젊은이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후 6년 동안 총 184억원을 기부했다. 배당금은 장학생 육성 및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 조성사업에 사재 2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는 무한한 투자 기회가 있다”며 “척박한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젊은이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00년 5월 시작된 장학사업은 국내외 대학생 6300명을 지원하며 국내 최대 규모 장학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송원김영환장학재단 또한 재계에서 유명하다.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의 선친으로 창업주인 고(故) 김영환 회장이 1983년에 설립했다. 고학생 시절을 겪어야만 했던 본인처럼 자수성가하는 후학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저소득층과 고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매년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한다. 그동안 지원한 장학금 규모가 70억원에 달한다. 김해련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옆에서 삶을 지켜보고 자랐기 때문에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라며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장학사업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화장품 ODM 업체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 역시 2010년 석오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장학금 사업 △학술연구활동 지원사업 △교육연구기관 및 교육 관련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윤동한 회장이 모교(영남대) 후배들에게 석오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매 학기 4명의 석오장학생을 선발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전액과 매월 학업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인탑스 역시 지난해 12월 ‘인탑스평산장학재단’을 설립하며 지역사회 중·고교생을 지원하고 있다. 인탑스 법인과 김재경 회장, 김근하 대표 등이 출연해 만든 평산장학재단은 ‘꿈으로 향한 길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는 이념을 내걸고 경기도 지역 중·고등학생 48명에게 향후 3년간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2001년 국내 1세대 대표 디벨로퍼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이 만든 문주장학재단도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로 꼽힌다. 5억원으로 시작한 이 재단 출연금은 현재 215억 3000만원으로 불어났고 그동안 1840명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30억원이 넘는 장학금이 전달됐다.

청호나이스 역시 2005년부터 매년 20명 이상의 경주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금 지급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1989년 창업 50주년을 맞아 사재를 출연해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은 이재준 창업주의 후진 양성에 대한 유지를 받들어 설립했으며 인문자연과학 발전과 바른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대학과 학술단체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매년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1990년 13명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총 380명의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장학재단의 한계

한국회계학회가 지난해 낸 보고서 ‘비영리법인의 외부감사와 공시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세청 홈택스 공시시스템에 기부금품 모집 및 월별기부금 수입‧지출 내역을 공시한 장학재단은 2011년 49곳, 미공시한 재단은 17곳이며 2012년엔 50곳, 17곳으로 집계됐다.

기부금지출 세부내역을 공시한 장학재단은 2011년 32곳, 2012년 37곳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기부금지출 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재단은 각각 34곳, 30곳으로 조사됐다. 외부감사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장학재단도 많았다. 지난 2011~2012년에는 외부‧내부 감사보고서를 아예 공시하지 않은 재단은 2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행 공익법인법은 장학재단에 대해 공통된 회계‧감사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장학재단은 출연재산의 가액이 상속세나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 고도의 공익성이 요구되는 비영리법인이나, 부실한 내‧외부감사 및 공시제도의 취약성 때문에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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