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본관 4층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U's Line 박병수 기자] 학교법인 예수회 이사회의 반대로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서강대 유기풍 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이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유 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반려할 뜻을 비쳤다.

유 총장은 29일 서강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였다.

유 총장은 "(남양주 캠퍼스 추진과 이사회 개혁 관련해) 논의조차 하지 않는 이사회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잔여 임기를 희생해서 대안을 촉구해 총장으로서 마지막 책무를 다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 총장은 2009년부터 3년간 지낸 산학부총장 시절부터 남양주캠퍼스 사업을 주도해왔다.

2010년 2월 대학이 경기도, 남양주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첫발을 뗀 남양주캠퍼스 사업은 2013년 7월 신부들이 과반이던 이사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캠퍼스 건립에 필수적인 절차인 '교육부 대학위치변경 승인신청' 안건이 올해 5월에 이어 7월에도 이사회에서 부결돼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사진의 절반을 차지하는 예수회 신부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사회 신부 다수는 등록금 동결 정책 등으로 학교가 지속해서 재정적 압박을 받는 상황인 탓에 사업적인 측면의 안전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남양주시가 약속한 5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구두 약속에 불과한 만큼 이를 문서화해야 하며, 학생 정원 이동에 관한 구성원들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양주시는 이달 안으로 교육부에 승인신청을 내지 않으면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유 총장은 남양주 캠퍼스 문제의 결론을 내고 이사회 개혁 방안을 다룰 것으로 기대된 26일 임시 이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총장은 "예수회는 변화와 개혁 과정에서 우려되는 어떤 불확실성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서강 발전에 대한 절실함보다는 예수회 생업의 터전을 지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예수회를 상전으로 모시는 지금의 기형적 지배구조 속에서 서강대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수회가 손을 떼고 학교 경영을 전문가에게 일임해야 서강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이 사퇴하면서 윤병남 교학부총장이 남은 임기 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이사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유 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문수 이사장은 "사직서를 내지 않고 기자회견부터 한 것에 대해 유감이며 남양주캠퍼스 사업과 관련해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사직서를 반려하겠다"면서 "유 총장은 남은 임기 책임감 있게 노력하고 명예롭게 물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회 측은 총학생회와 대학 측의 이사회 개혁 요구에 대해 "예수회 내부 입장이 먼저 정리돼야 했기 때문에 26일 이사회에서 논의하지 않고 그다음날 자체 논의를 거쳐 학생회 측에 신부 이사진을 현재의 절반(6명)에서 3분의 1(4명)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캠퍼스 사업에 대해서는 "단기 사업이 아닌 만큼 미래의 걸림돌이 있지는 않은지 짚어보는 과정"이라면서 "현재 무산된 상황이 아님이 분명하며 남양주시와 얘기를 나누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