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시 원서접수가 끝났다. 이제부터는 11월 17일에 치러지는 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온힘을 쏟아 부을 때다. 수시 원서접수 과정에서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복잡한 대입 전형에 진저리를 쳤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과연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 지에 대해 모든 신경이 쏠린다.

아무래도 수시 전형이 주관적인 평가요소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수능성적이 합격을 좌우하는 정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입학정원의 30% 남짓 선발하지만 수능점수라는 단순하고 객관적인 결과물로 평가하기 때문에 실력대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수학능력시험은 복불복이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수학능력시험 선택 과목은 복불복이다. 문과생은 사회탐구 영역 가운데서 2과목을, 이과생은 과학탐구 영역에서 역시 2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본다. 문과생은 사회탐구 영역 외에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대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제2외국어/한문은 사회탐구 영역 과목을 대체할 수 있고, 가산점을 부여하는 사례도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의 특정 언어에 대한 쏠림 현상이다. 2017학년도 수능의 경우 응시생 10명 가운데 7명가량이 아랍어를 선택했다. 입시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아랍어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출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랍어는 기본적인 단어를 고르거나 제시된 그림만 보고도 답을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종종 출제된다고 수험생들은 말한다.

더욱이 상대 평가의 특성상 응시인원이 많을수록 1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많아지는데 아랍어의 경우가 그렇다. 한마디로 조금만 노력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찍어도 5등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는 1등급 커트라인이 50점 만점에 23점으로 나타났다. 절반만 맞춰도 1등급을 받았다는 말이다.

 

2005학년도 수능부터 선택 과목으로 채택된 아랍어는 응시생 수가 2015학년도에는 1만 6800명, 2016학년도 4만 6822명, 2017학년도 6만 5153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울산외고, 권선고 등 대여섯 군데이다. 그런데도 아랍어 열풍은 계속 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요행을 바라며 시험을 치르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선 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제2외국어 시험이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과학탐구(과탐)II를 선택하는 바람에 망했습니다."
“통수 과목(뒤통수 치는 과목)이네요.”

대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과탐II에서 표준점수가 낮게 나와 대학 입시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물리II를 선택해 만점을 받은 학생의 표준점수는 63점(백분위 94)이었다. 이에 반해 생명과학I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76점(백분위 100)으로 물리II 보다 무려 13점이 높았다. 이처럼 물리II의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낮은 이유는 응시자 수가 전체 과탐 응시생의 1.5%, 3479명으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탐II는 주로 서울대 지망생 등 성적 우수자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평균 점수가 높아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이 과학탐구 영역에서 물리II나 화학II 등 심화 과목을 선택하는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와 점수 따기가 쉬운 과탐I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학년도 화학II 응시생은 3만 6238명(5.58%)이었으나 2016학년도엔 10분의 1 수준인 3936명(0.67%)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물리II도 2.94%에서 0.59%로, 생명과학II는 11.14%에서 4%, 지구과학II는 3.85%에서 1.78%로 각각 줄어들었다. 심화과목의 기피현상은 이공계 대학 진학 학생들의 실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물리나 화학 과목 등에 대한 심화 학습 부족으로 대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쉬운 과목을 선택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심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 하려면 수능에서의 상대적 불리함을 없애주어야 한다. 과탐II에 대한 난도(難度) 조절을 통해 점수를 얻는데 있어 형평성을 유지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이 과탐II 응시자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시험이 요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등급 하나가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목별 난도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들쭉날쭉한 과목별 난도는 수험생들의 반발을 일으킬 뿐 아니라 수능 시험 자체를 운으로 치부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 쉬운 선택 과목을 찾아 헤매고 시험을 운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택 과목별 난도 조절이 절실히 필요하다. 난도 조절이야 말로 입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전제 조건 중의 하나이다.<자료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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