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학생들의 본관 점거이후 사퇴 요구와 관련 자진사퇴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퇴요구 이후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건 처음이다.

28일 오후 교내 곳곳에는 최 총장 명의의 '사랑하는 이화인 여러분들께 드리는 총장의 두 번째 편지' 대자보에서 최 총장은 "총장으로서의 임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화 130년의 교육과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며 "그것이 대학의 사명이며, 그 사명을 맨 앞에서 지켜내는 것이 총장인 저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밝혔다.

최 총장은 그동안 사퇴에 대해서만큼은 대외적 '침묵'으로 거부의 뜻을 표시해왔다. 그는 지난 21일 '첫 편지'에서도 '함께 하는 이화정책포럼' 구성, '총장과의 열린 대화' 정례화 등 향후 계획을 제안했지만 사퇴 요구 수용 여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최 총장은 "저는 이화를 위해,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총장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제 책임과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나가고자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화의 발전과 화합을 위한 일이라면 제 개인에 대한 어떠한 비난과 수모도 다 인내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개강 이후에도 이어가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최 총장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내 교육·연구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원칙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학사일정과 교육·연구 지원 활동, 취업 지원 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해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어떠한 불편도 받지 않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단호한 방침을 시사했다.

최 총장은 앞으로 '대면대화' 요구를 중단할 뜻도 내비쳤다. 최 총장은 "원한다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공간에서 저와 학생들만 마주 앉아 대화해도 좋다. 면대면 대화가 부담스럽다면 편지나 이메일 등 어떠한 소통 채널이든 모두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면대화를 감당할 수 없다는 농성 참가학생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서면대화' 만으로 만족하겠다는 유화 제스처로 풀이된다. 그동안 최 총장은 본관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대면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최 총장은 "대화는 문제를 풀기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이 길고 힘들 수는 있어도 건너 뛸 수 없다"며 "저는 이미 학생 여러분 쪽으로 다가갔다. 이제는 학생 여러분들이 몇 발자국만 저에게 다가와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 총장은 "지난 며칠 (본관) 천막을 오가면서 우리 대학이 준비해 놓은 중장기 발전 계획을 다시 살펴봤다"며 "저는 '이화 비전 2020' 발전 계획에 제시된 핵심 과제들을 여러분을 포함한 이화의 구성원과 함께 TF팀을 구성해 협의를 통해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이 중에서도 학생 여러분과 관련 깊은 ▲개방형 소통체계 구축 ▲학생 복지시설 확충 ▲장학제도 확충 ▲사회적 기여 및 나눔 등을 가장 먼저 수행하고 싶다"며 "이들 주제에 대해서도 여러분의 생각과 제안을 가감 없이 제시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계속 될 '총장과의 열린 대화'에서도 기탄없이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8일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시작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은 28일로 32일째이다.

학교 측은 지난 3일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철회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를 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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