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 1년을 되돌아본다

강사 5명중 4명, "처우개선 되지 않았다"   

강사법 시행 1년을 앞둔 시점에 한국비정규교수 노조가 강사대상 설문조사(365명)한 결과 5명중 4명은 “강사법 시행후에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강사법 개정이후 신분이 안정됐다는 응답은 22.2%, 소속감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

처우개선에 주요한 내용이 수입이다. 응답자 대부분이 강사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수입이 같거나(39.3%) 오히려 줄었다(32%-약간 줄었다 16%/많이 줄었다 16%)고 답변했다. 출강 대학수가 줄어든 이유가 크다. 강사들에게 부여된 4대보험중 고용·산재보험은 강사법 시행 이전부터 해오던대로 학기마다 고용계약서 쓸 때 가입했고, 건강보험은 아직도 지역가입자로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가입과 퇴직금이 주어지지만 아직은 느끼지 못하고, 강사법 최대관심중 하나인 ‘방학중 임금지급’은 학기 전후 일주일씩 총 4주치가 지급됐다. 이어 강사법 시행후 수업료가 시간당 3,000원쯤 올랐다. ‘교원’이라는 지위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신분과 처우개선에서 이렇듯 별차이가 없어 대부분의 강사들은 고용 안정감이나 대학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A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B강사의 강의료는 시간당 5만6400 원이다. 10년 전보다 2,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한 달 손에 쥐는 건 1백여만 원 수준이다. 강의료는 변함없는데 맡은 학생수는 크게 늘었다. 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에게 교원 지위가 부여되면서 부담이 커진 대학들이 강사들을 대거 해고했기 때문이다. 강사를 해고하고 교양강의를 대거 없애버렸기 때문에 학생수가 2배로 늘어나면서 강사들이 체감하는 업무량은 5~6배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업무량은 폭증했지만, 강의료는 그대로인 셈이다. 강사들은 강사법 첫 해 시행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강사법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 밖에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업무량은 폭증, 강의료는 그대로...

강사법 시행 1년의 현주소다. 불안정한 대학 강사의 신분과 처우를 개선해 학문후속세대의 육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다. 시행은 했지만 이 법안 시행의 근본적인 취지인 불안한 신분과 처우개선을 놓고 대학과 강사측이 정면으로 충돌해 법안 시행의 성과는 크게 우려됐다.

신분과 처우개선을 떠나 강사법 시행직후인 지난해 2학기 대학등록 강사는 4만502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만명 이상 줄었다. 그동안 대학과 강사들이 근본적 대책이 없는 강사법 시행에 반대해왔는데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됐다.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이 오히려 강사를 강단에서 내쫓는 구조조정 참사가 돼 버렸다.

서울소재 대규모 대학인 S대학은 강사법 시행 당시 강사가 고작 1명이었다. 이 대학은 강사법 시행이 거론된 시점부터 수년에 걸쳐 강사를 겸임과 초빙으로 싹 바꾼 상태였다. 심지어 강의하던 강사들에게 다른 회사의 의료보험 가입을 증빙해오면 강의를 내주겠다며 강의자리를 놓고 흥정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강사들은 1년간 교원신분이 유지되다 보니 강의가 끊겨도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프리랜서를 위한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정부예산은 필요예산(300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대학기본역량평가진단 평가지표에 '강사 고용'을 신설하는 등 독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학들을 자극하기에는 힘이 달린다.

‘불공정을 공정화’하자는 고백성사

현재 대학 현장에서는 이달 중순까지 각 대학의 강사 재임용 절차와 강의 배분이 완료된다. 올해 첫 재임용 심사인 만큼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고강사들은 재임용 거부사유로 대학과 격렬한 한 판을 벌여야 한다. 강사는 1년간 임용이 보장되며 3년까지 재임용이 보장되지만 대학에서 재임용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거부할 수 있고, 일부대학 강사들은 공정한 심사 없이 임용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교과과정 개편이란 명목으로 과목 이름을 바꿔 아예 재임용 기회를 주지 않거나, 해당대학 출신이 아닌 강사에게는 지원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강사들의 신분과 처우 개선은 오랫동안 대학사회가 눈감고, 침묵해왔던 ‘불공정을 공정화’하자는 고백성사다. 대학이 수 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 둘수 있었던 데에는 강사들의 고통과 눈물값이 적지않은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대학들이 신속히 갖추는 대비책을 보면서 대학기업을 면모를 여실히 목격됐다.

또한, 교육당국의 제1 덕목은 신뢰와 책임감이다. 법안을 추진하겠다 할 때는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법의 목적과 형평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재정이 빈곤한 한국의 사립대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재정부담 역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추진하고자 했다면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식 집행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대학이 해야 할 역할,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꼼꼼히 따져, 불공정의 공정이 대학사회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 게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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