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유스라인 문유숙 기자] 중국 유학생 기숙사 격리비용이 수억원이 들지만 정부가 사용하라는 혁신지원사업비에는 도시락 비용은 제외되는 상황이라 대학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재정에 코로나19가 주름살을 지게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주 교육부가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만큼 혁신지원사업비로 손 소독제, 마스크 등 방역 물품 비용이나 추가인력 인건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도시락 비용은 혁신지원사업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유학생들이 국내로 유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학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십∼수백명의 중국인 유학생에게 하루 세끼 도시락을 줘야 하는데, 도시락을 살 예산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대체로 8천원∼1만원짜리 도시락이 지급되고 있는데, 다수 대학이 과일·과자 등 간식도 추가로 공급한다. 간식비용까지 합치면 기숙사에 입소하는 유학생 1명의 한 끼에 평균 1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1만원짜리 식사를 하루 3번 의무격리기간 14일 동안 제공하면 1명당 드는 비용은 총 42만원이다. 기숙사 입소 유학생이 500명이면 기숙사 자율격리 14일 동안 2억1천만원의 식대가 산출된다. 서울소재 대부분 대학은 중국 유학생은 1,0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4∼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소재 대학중 경희대는 중국 유학생이 3839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소재 C대학 한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40억원 가깝게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가장 큰 비용인 식대를 인정하지 않을거면 지원이라는 표현을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혁신지원사업비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들에게 지원된 교육·연구 혁신에 쓰는 비용이지만 교육부가 급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중국 유학생 격리수용에 들어가는 비용중 일부를 사용가능하도록 풀어준 상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된 요즘 대학에 수억 원은 너무 큰 돈"이라면서 "2월이라 다른 교비는 회계 처리가 거의 끝났다. 도시락을 혁신사업비로는 살 수 없다고 하니 대체 어디서 돈을 끌어와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도시락 비용까지 혁신지원사업비에서 빼서 쓸 수 있게 풀어주면 현재 대학 예산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혁신지원사업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유학생들 식비는 기본적으로 대학별로 자기 부담"이라면서 "물품과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들고 내국인 학생을 위해서도 필요한 비용이니 혁신지원사업비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은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예비비로 도시락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 관계자는 "예비비 역시 식비로는 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예비비 규모와 지급 항목은 기획재정부와 협의중이며 마무리 단계"라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는 예산이 부족한 일부 대학은 유학생들 반발을 감수하면서 소정의 격리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문제는 이럴 경우, 기숙사에 입소했던 중국 유학생들이 다시 자취방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로서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한 모든 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했는데 식비가 지원 대상에서 빠질 줄은 몰랐다"면서 "비용을 걷을지, 도시락 대신 빵을 하나씩 줘야 할지 등 대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올해 교육부는 143개 대학에 8천31억원을 지급했는데 각 대학은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70억원가량의 사업비를 지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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