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3> "높은 규제로는 미래 인재양성 불가능" 지적

▲ 2014년에 개교한 미네르바 스쿨은 하버드대 보다 입학이 어려운 대학으로 부상했다. 이 스쿨이 추구하는 수업방식과 미래지향성은 세계적인 기업들로부터 졸업생 스카웃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수업중에 토론하는 모습.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교육부도 지난해 대학교육과정 개혁안을 내놓을 때 미네르바 스쿨의 수업방식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제시했을 정도로 세계 혁신대학의 대세로 돼 있지만 국내에서 미네르바 스쿨 같은 대학모델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고등교육법의 촘촘한 규제 그물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무대로 국경 없는 대학간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대에 한국의 대학들은 확실한 규제로 가로막혀 있는 게 고된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입학정원 규제 때문에 정원을 조정하려면 교육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온라인 토론식 수업 미네르바 스쿨 교육방식은 정원규제에 포함시킬 수 없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한국의 대학 온라인 강의는 정원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네르바 스쿨의 상징인 15분 강의와 토론을 결합한 수업방식부터 한국에서는 규정 위반에 걸린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는 회당 25분을 넘겨야만 한다. ‘교육의 품질관리’를 명목으로 교육부가 아예 학점 인정을 위한 수업 분량을 정해 놓은 것이다. 미네르바 스쿨처럼 토론이 주로 이뤄지는 대학이 기숙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라인 대학은 온라인에 맞는 것만 하라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기숙사는 오프라인 대학의 영역으로만 둔 상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가 설립한 온라인 대학인 펜스테이트월드캠퍼스의 학생수가 10만 명을 넘는다. 한국의 사이버대의 입학정원과 등록금 역시 엄격하게 통제받는다. 국내 H사이버대 부총장은 지난해 미네르바 스쿨을 탐방한 후 ‘높은 규제의 벽’을 느껴다고 술회했다. ‘미네르바 스쿨의 모델을 도입하려면 비인가 대안학교 형태로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H사이버대 총장의 결론이다. 국내 온라인(사이버 혹은 원격) 대학에 적용되는 규정이 ‘오프라인’ 대학 기준으로 만들어진 터라 각종 제약이 많다. ‘디지털’ 교육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벤처연합사들이 미네르바 스쿨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소식을 날라왔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과 함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핀포인트-케이클라비스 에듀테크 유니콘 투자조합의 주도하에 카카오벤처스, 라이트하우스컴바인, 탄탄벤처스, ES인베스터가 참여해 5700만 달러(670억원)를 투자했다.

국내에서 이번 투자를 주도한 핀포인트벤처스 이성원 대표는 "교육은 인공지능(AI) 중요성이 강조되는 미래시대에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며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며 "미래 교육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미네르바 프로젝트’에 국내 투자자가 출자해 향후 글로벌 AI교육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 벤처기업들이 투자한 세계 교육시장은 200조원이 넘는 미국의 사립대학 시장과 에듀테크 혁신모델을 통해 전 세계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는 경쟁력 있는 교육시스템을 큰 시장으로 보고, 투자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

서울소재 前 K대 H총장은 “미네르바 스쿨의 상징은 가까운 미래 대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적 풍토와 정서가 분명 같지는 않다. 그러나 최대한 규제에서 자율적 교육시스템 개발 분위기로 가지 않으면 창의적 인재, 미래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존자원이나 다른 자원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시대를 리드할 인재양성만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한국적 풍토를 따질 것이냐는 언급이다.

충청권 S대 S총장은 “한국의 경직된 교육관점은 자율을 국내에 적용할 시 우려가 되는 혼란 문제 때문이 아니고 인식 자체가 경직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해외 프랜차이즈법’”이라고 제기한다. ‘해외 프랜차이즈법’은 캠퍼스 신설이 아니라 커리큘럼 수출인데 외국대학에 제공하는 커리큘럼의 4분의 1 이상은 국내 대학 전임교원이 직접 수업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등록금 동결에 입학금 폐지, 강사법까지 겹쳤는데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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