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 영향력 막대해 각 대학에서 컴공과 위력 발휘 전망"

▲ 컴퓨터공학과가 부활하고 있다. 20여년전 의예과보다 앞섰던 컴공과가 출신자들의 대우와 미래비전 불투명으로 시들어갔으나 최근 4차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다시 뜨고 있다.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28년 전 1991년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차지한 전남 목포의 한 모씨가 지원한 학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였다. 요즘 기준으로는 “이과라면 당연히 의예과를 지원하지 않고, 왜?”라는 의구심이 달라 붙는다.

1993년 대성학원의 학력고사 점수별 대학입학 배치기준표를 보면 이과 계열의 학과중에서 맨윗줄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물리학과 등 2개 학과가 자리를 차지 했고, 그 밑으로 전기, 전자제어공학과, 의예과, 기계공학과가 자리를 잡았다.

최종원 숙명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59)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컴퓨터공학과로 몰려드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기인 79학번 최종원 교수도 앞으로 컴퓨터가 펼치는 미래세상을 꿈꾸며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1990년대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한 인재들이 NHN, 넥슨을 창업한 이해진 의장, 김정주 회장이다. 그러다 20년이 지난 2011년 대성학원 '2011학년도 대입지원 가능대학·학과 참조자료' 이과계열 맨 윗칸에는 서울대 의예과가 차지했다. 그 아래로 서울과 지방대학 모든 의예과와 한의예과, 치의예과들이 자리 잡았다. 그 밑에 서울대 화학, 생물, 재료, 건축, 기계공학, 수학과 등이 자리를 하고, 다시 그 밑으로가야 전기, 전자, 컴퓨터공학부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20년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의예과와 컴퓨터공학과가 자리바꿈을 한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진출해봐야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황 모씨는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2년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다 결국 퇴직하고 로스쿨에 입학했다.

황 씨는 "선배들을 보니 이 바닥에 계속 있다가는 장가도 못 갈 것 같아서 그만 뒀다"고 회고했다. 밤 12시, 새벽 1~2시까지 야근은 밥 먹듯 하면서도 선배들의 연봉이 3,000만원이 채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던 학생들이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거나 한국을 떠나는 경우마저 적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IT업계에서는 우수인재들의 소프트웨어 푸대접 구조를 만든 것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사람과 시킨 일만 하는 평범한 사람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데 어떤 천재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로 들어오겠느냐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일당제 노동자로 취급했다는 지적이다.

이러던 컴퓨터공학과가 2019학년도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9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최초합격자가 발표된 1월말,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이슈가 된 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컴공과)’였다. 커뮤니티내 합격자와 불합격자들이 공개한 점수와 입시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을 종합한 결과, 올해 서울대 컴공과 합격 커트라인이 주요 의대 못지않은 높은 성적으로 추산됐기 때문. 이날 여러 입시커뮤니티에는 설컴(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성적, ‘웬만한 메이저 의대 합격할 성적’ 등 컴퓨터공학과의 부상(浮上)에 관한 댓글이 넘쳐 났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정시합격선 분석자료에서도 2019학년도 서울대 정시에서 컴공과 1차 충원합격 포함 합격선은 406점(수능 표준점수 600점 대학 환산기준)으로 자연계열에서는 서울대 의예과(411.4점)와 치의학과(406.5점)와 거의 비슷한 점수로 밝혀졌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SW중심대학’도 소프트웨어 교육확산과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매년 SW중심대학을 선정, 미래사회에 특화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30개 대학이 선정됐으며, 오는 3월말에 5개 대학이 추가선정될 예정이다. 올해는 27개 대학이 지원해 5.4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또한 SW중심대학은 국립대까지 폭넓게 선정돼 있고 이들 대학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인재선발 규모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논술과 같은 다른 전형 요소 대비 다양한 성적대의 학생과 학부모가 관심깊게 주시하고 있다. 주요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에 코딩까지 더해 ‘국영수코’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학부모의 관심이 높아지자 사교육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 코딩과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을 담당하는 전문학원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올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윤 모(20)군은 “성적으로는 의예과를 들어갈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 가졌던 IT분야에 지원을 했다”면서 “대학 재학중에 IT분야 창업을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바람을 타고 서울대 컴공과가 의예과 못지않은 높은 합격선을 기록한 것 으로 분석된다”며 “컴퓨터공학과가 의예과를 넘어설 날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의예과 보다 IT분야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여러 대학의 컴공과 위력은 갈수록 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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