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H대학 총장 “기업평판도 제고 전담직원 둬라”… 총장의 주요업무로 이미 구조화돼

▲ 2014년 9월 당시 서울 중구 중앙일보사 앞에서 열린 '언론사 대학평가 거부, 4개대학 총학생회 대표자 선언'에서 참가대학 총학생회장이 언론사 주도 대학순위평가의 부정적인 영향을 주장했다.<사진제공 : 연합뉴스>

[U's Line 박병수 기자]서울소재 대학 교수회 연합회(서교련)가 최근 “언론사들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각 대학은 이러한 순위 상승 때문에 재정과 정책을 대학평가에 편중시킬 수밖에 없는 폐단이 고착화돼 가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사들은 당장 대학평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서교련 측 대학평가 중단 촉구 같은 주장이 그동안에도 개별적 차원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대학 입장에서는 언론사들의 평가를 외면할 수 없는 데에는 평가결과 발표 후 소속 대학 학생과 동문 반응, 기업과 고교 수험생 등의 사회인식을 회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교련의 이번 발표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대학가 여러 곳에서 의견이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의견의 대부분은 대학평가에 기생하는 기득적 속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소재 C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는 법인의 입장이 있고, 대학본부의 의견이 있다. 대학평가를 바라봄이 서로 다르다. 언론사들의 평가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나름 기득권을 가진 대학에 포함되는 대학 입장에서는 결코 놓지 못할 것을 내놓으라는 요구와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오히려 대학평가 중단은 언론사들보고 할 것이 아니라 대학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일 것이라고 역설적 설명을 하기도 했다.

서울소재 H대학 한 관계자는 자신이 속한 대학의 일화를 밝혔다.

그는 “불과 몇 해 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기업평판도가 형편없이 나오자 총장이 홍보 책임자를 따로 불러 기업평판도 제고를 위해 홍보실에 기업평판도 전담직원을 별도로 두는 것을 지시했었다”며 “대학들 스스로가 대학평가 대비가 힘들고, 재정적으로도 큰 어려움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렇게 대학평가는 총장들의 업무에 큰 비중이 돼 버릴 정도로 구조적으로 바뀌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H대학이 대학평가에 대비한 업무분담과 평가관련 대외 활동을 추후 구체적으로 밝혀 대학평가의 편협성을 지적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H대학은 2017년 중앙일보 기업 인사담당자의 채용 희망대학과 고교 교사들의 신입생추천대학 평가부문에서 모두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이 관계자는 “H대학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서 이 분야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재정만 투여되면 바로 올릴 수 있는 게 대학평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대학들이 똑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대학 입장에서 대학평가는 결코 반갑지 않은 잣대이지만 서울소재 대학들은 평가 자체가 일정의 기득권을 확보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번 서교련의 언론사 대학평가 중단 촉구는 대학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서교련이 밝힌 입장에서는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운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협력과 공생의 학문 공동체여야 할 대학 사회의 자생적 뿌리를 말살하는 폐단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은 평가순위에서 빠지면 예상되는 불이익이나 사회적 관심이 망각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를 거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교련은 대학 구성원 중 누구도 현재 진행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쟁과 우열만이 대학의 최고 가치로 되고 있는 현실로 변질되게 했고, 대학의 다양한 학문은 더욱 황폐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교련은 ‘대학평가’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김으로써 각 대학은 순위 상승을 위한 재정과 정책에 집중하는 폐단이 고착화돼 가고 있는데 우려하고,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 설립이념과 규모, 지역특성과 문화에 맞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창학이념을 실현해 나가면서 세계적으로 다양한 학문적 생태계를 형성할 평가가 아닌 서열화를 위한 평가에 반대하며 각 대학들도 이에 전면적으로 거부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교련은 고려대, 경희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 9개 대학 교수회가 참여해 결성한 교수들의 사단법인이며 조만간 서강대가 합류할 예정이다. 서교련은 지난달 25일 창립총회에서 초대 이사장에 이성근 경희대 교수의회 의장(부동산학과 교수)을 선출하고, 대학 자율성을 찾자는데 뜻을 모은 후 총장선거, 교수복지, 교수업적평가 등을 의제로 삼았다.

<전문> 서교련 대학평가 입장

1)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대학 운영 전반을 왜곡시키고 있다.

- 대학은 언론사 대학평가로 인하여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지 않고, 지표 관리 중심의 천편일률적 운영으로 왜곡되고 있다.

- 대학은 설립 목적, 운영 체계, 규모,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이 획일적 기준의 평가 지표 중심으로 인적·물적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학은 다양화·특성화의 방향보다는 획일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 대학은 평가순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불필요한 재정 출혈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교원 및 직원의 임금과 복지 악화,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지표와 무관한 독립적 학문 분야나 학생 자치활동 및 대학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등한시하게 됐다.

2)언론사의 대학평가는 평가지표의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이 결여돼 있다.

- 모든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지표의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이다. 공정하고 정당한 좋은 평가는 현재 대학의 객관적 상황을 투명하게 알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토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언론사 대학평가는 공정성·타당성·신뢰성이 매우 결여되어 있으며,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하는 기능만 남아 있다.

- 언론사 평가기관이 기존 대학 정보공시 내용에 지표별 가중치를 두어 순위를 매기는 것은 각 대학의 객관적 상황을 왜곡하고 불공정 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해마다 지표별 가중치나 계산식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지표 변경은 평가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적 공개가 지난 뒤에 지표 계산식을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 평가에서는 이미 지난 실적에 대해서 당해 연도에 평가지침을 제시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해 대학순위를 매기고 있다. 예컨대 2017년의 경우 창업교육 비율과 교원 확보율은 불과 발표 약 1주일 전에 지표 계산식으로 변경했다.

- 대학의 현실을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평가지표는 평가의 신뢰성 및 타당성을 저하시키고 대학의 개혁을 왜곡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대학교육은 논문 편수, 연구비 수주액, 피인용 지수, 교수 당 학생 수, 장학금 규모, 유학생 수, 국제화 지표, 평판도 등 정량적 기준의 산출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

- 대학교육은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배움의 과정과 현장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학의 수월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신뢰성 있고 공정한 사회적 평가 기구의 구성과 타당성 있는 평가지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진정한 대학평가는 정량적으로 자료 수집이 용이한 재정, 인원, 연구실적 등 일률적으로 정해진 지표가 아니고 대학의 공공성과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지표에 의해 대학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해야 한다.

-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대학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면 시민사회에서는 대학의 정보 개방성과 투명성에 대해 검증하는 것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다. 이제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은 세계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학의 본질과 설립 목적에 충실한 평가 기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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